가족 이야기

13.12.20 곡성 성륜사 어머니 49제중 초제를 지내다.

소광선생 2017. 8. 3. 12:03





                                                                                     님의 침묵 / 한용운


     남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갓습니다. /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

뒷걸음쳐서 사라졋습니다. /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삶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 한 것은 아니지만, /

이별은 뜻박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

휩싸고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