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1, 수많은 축하 받으며 성대하게 치른 퇴임식
수많은 축하 받으며 성대하게 치른 퇴임식
퇴직할 때 쯤 나에게 이런 메일이 올라와 있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퇴직 후의 삶에 대한 방향잡기에 참고가 되었다.
‘젊어서는 능력이 있어야 살기가 편하나, 늙어서는 재물이 있어야 살기 편하다. 재산이 많을수록 인물이 좋을수록 늙는 것은 더욱 억울하다. 재산이 많다 해도 인물이 좋다 해도 죽어서 가져갈 방도가 없다. 성인군자라도 도학군자라도 늙음은 싫어하기 마련이다. 주변에 미인이 앉으면 바보라도 좋아하나, 주변에 노인이 앉으면 군자라도 싫어한다. 아파보고 늙어보면 예전과는 달라진 세상인심을 잘 알 수 있다. 대단한 권력자가 망명자 신세가 되기도 하고, 엄청난 재산가가 쪽박신세가 되기도 한다. 육신이 약하면 하찮은 병균마저 달려들고, 입지가 약하면 하찮은 인간마저 달려든다. 일이 풀리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모이지만, 일이 꼬이면 갑돌이 갑순이 다 떠나간다. 잃어버린 세월을 복구하는 것도 소중하나, 다가오는 세월을 관리하는 것도 소중하다. 여생이 짧을수록 남은 시간은 더 소중하고 절박하다. 개방적인 자도 늙으면 패쇄적이기 쉽고, 진보적인 자도 늙으면 타산적이기 쉽다. 거창한 무대라도 공연시간은 얼마 안 되고, 훌륭한 무대라도 관람시간은 얼마 안 된다. 대개 자식이 없으면 자식 있는 것을 부러워하나, 대개 자식이 있으면 자식이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 자식이 없는 노인은 고독하기 마련이나, 자식이 있는 노인은 심란하기 마련이다. 못 배우고 못 난 자식은 효도하기 십상이나, 잘 배우고 잘 난 자식은 불효하기 십상이다. 있는 자가 병들면 자식들 관심이 집중되나, 없는 자가 병들면 자식들 부담이 집중 된다. 세상이 촉박한 매미는 새벽부터 울어대고, 여생이 촉박한 노인은 새벽부터 심난하다. 계절을 잃은 매미는 울음소리 처량하나, 젊음을 잃은 노인은 웃음소리 서글프다. 심신이 피곤하면 휴식자리부터 찾기 쉽고, 인생이 고단하면 안식자리부터 찾기 쉽다. 삶에 집착하면 상실감에 빠지기 쉽고, 삶에 골몰하면 허무감에 빠지기 쉽다. 영악한 인간은 중죄를 짓고도 태평하고, 순박한 인간은 하찮은 일에도 불안해 한다.’
정확히 41년간의 교직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정년퇴임식을 2009년 02월 21ㅇ일 수문초등학교 전교직원의 노고와 축하를 받으며 새로 건축한 강당에서 공식행사로 성대하게 거행 되었다. 황조근정훈장 전수(이명박 대통령)와 함께 내외귀빈 , 친지, 가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잊을 수 없는 퇴임식으로 교직을 마감한다 생각하니 감격의 울컥함이 올라왔다.
내외귀빈을 대표하여 친구 양세열 교육장님과 기응서 전 부교육감은 축사로, 탁인석 기능대학 총장이자 전교육위원님은 얼음조각으로, 학교운영위원장님과 학부모 회장님은 선물과 공로패로 자리를 빛내 주었다. 가족은 물론 그 외 여러 모임과 초임학교 제자들까지도 참석해 축하의 선물과 말씀으로 격려해 주어 교직의 마지막이 행복했다. 이 고마움을 겨우 뷔페 점심 식사로 가름하였는데 부족함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하며 송구함을 금할 길이 없다.
황조 근정 훈장 증
퇴 임 사
모두 고맙습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 속에 공 사간 다망하심에도 이 처럼 참석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에게 우선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자연의 섭리로 매일 같이 뜨고 지는 해이건만, 오늘 아침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습니다.
40여 년 간의 교직을 청산하고 이젠 그저 나이든 한 자연인으로 돌아가리라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침이 오고 저녁이 되는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저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전환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1967년 봄, 군복무를 마치고 전남 진도군 군내 북 초등학교 교사로 사실상의 첫 발을 내디딘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면 40여 년간의 긴 세월을 교사로, 교감과 교장으로, 그 와중에서도 때로는 주경야독하는 학생으로 공부하면서 나름대로의 열과 성을 다하여 오로지 교육자의 길을 대과없이 한 평생 묵묵히 걸어오게 된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거의 4 -5년마다 학교를 옮겨 15번 자리가 바뀌었어도 바로 그 자리에는 언제나 꿈이 깃든 교실과 운동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귀여운 어린이들의 곱고 싱그러운 눈망울들이 아름다운 꿈 동산을 이루었고, 바로 그 정든 교단에서 미래의 꿈나무인 그들과 함께 희, 노, 애, 락을 나누어 왔습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빛나는 눈동자, 학교 구석구석에 퍼지는 해맑은 웃음소리, 운동장을 뒹구는 활기찬 개구쟁이들, 무지개의 푸른 꿈이 듬뿍 담긴 천사 같은 새싹들의 참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흐름도 잊은 채 여름방학을 끝내고 다시 기다리던 겨울 방학을 보내다보면 어느덧 또 한해가 바뀌곤 했던 꿈같은 세월이었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자세로, 좀 더 어린이를 위해서 그리고 동료들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는 했으나 막상 교직을 물러나려니 새삼 부족했음을 느끼면서 헤아릴 수 없는 아쉬움으로 가슴에 스며듭니다.
특히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본교 수문초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저의 전 생애를 통하여 가장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 까닭은 18명 7학급 12분의 교직원으로 시작한 신설학교의 개교 교장으로 책임도 컸지만, 한 편으로는 제 나름의 교육 철학과 경영방침이 배어나는 1650여명 45학급 규모의 큰 학교로 꾸며 남기고 교직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보람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는 제 힘이 아니라 주변에서 도와주신 여러분의 덕입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교사로 11개교, 교감으로 2개교, 교장으로 2개교를 돌아 근무하는 동안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것보다는 내가 훨씬 많은 도움과 아낌을 받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닫게 됩니다.
평교사일 때는 모시고 지도받던 교장, 교감 선생님, 교감과 교장으로 관리자일 때는 행정청의 여러 어르신들, 서로 가족처럼 아끼며 함께 일하던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은 물론 가는 곳마다 믿어주시고 도움 주셨던 학교 운영위원님들과 여러 학부모님들, 유관 기관의 공직자 여러분, 학교 물품을 대주시는 이들까지 모두 나의 생애와 교직을 빛내는데 도움을 주신 진실로 고마우신 분들이었음을 새삼 느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이렇게 교직을 물러날 때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과 큰 사랑을 받고 떠나게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이 행복 그대로 저 또한 뒤에서나마 학교의 교육발전에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밝고 맑은 수문초등학교 학생 여러분!
‘꿈은 크게 실천은 바르게’라는 교훈에 담긴 훌륭한 정신을 되새겨 실천하고 있는 귀엽고 예쁜 여러분의 모습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함께 살아있을 것입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이 만물의 희망이듯, 여러분은 새 천년을 알차게 가꾸어 나갈 국가와 사회와 가정의 꿈이요, 희망입니다. ‘큰 뜻 세계로 미래로’ 펼치려는 높은 이상과 뚜렷한 목표를 세워 꾸준히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항상 남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늘 믿고 성원해주신 본교 운영위원님과 학부모님 여러분!
제가 수문 초등학교에 부임한 후 3년 6개월 동안 우리 학교 운영위원님들과 학부모님들께서는 언제나 슬기롭게 자녀를 사랑하시면서 학교교육에 적극적인 신뢰와 협조를 해주셨기 때문에 우리 수문교육이 나날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부족한 이 사람을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도움을 주신 사랑하는 우리 가족, 선후배 교육동지와 제자 여러분!
인디언들은 광활한 대평야를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씩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타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데, 자기가 너무 빨리 달려 자신의 영혼이 미쳐 따라 오지 못했을까봐 그 영혼이 다시 자신에게 흡수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자신, 지금 이 순간 까지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참 빨리도 달려온 것 갔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허겁지겁 달려 왔던 삶!
등 뒤에는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제 숨을 고른 후 천천히 뒤 돌아 영혼을 가다듬을 시간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이끌어 주신 선배와 어르신. 함께해준 친구와 동료, 믿고 따라주신 후배와 제자들, 이제라도 내 영혼을 바쳐 더욱 챙기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우리 수문초등학교 어린이 여러분! 그리고 교직원과 학부모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바쁘신 가운데도 이렇게 참석하시어 분에 넘치는 귀한 자리를 마련해 빛내주시고 축하해 주시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항상 충만하시길 빌며 수문초등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2 월 21 일
수문초등학교장 김 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