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17.12.29 운중회원들과 경기 양평 퇴촌 경안천 습지를 가다

소광선생 2017. 12. 30. 15:34





                                             이별 / 한용운


     아아, 사람은 약한 것이다.어린 것이다. 여린 것이다. 간사한  것이다.

     이 세상에는 진정, 사랑의 이별은 잇을 수가 없는 것이다.

     죽음으로 사랑을 바꾸는 임과 임에게야 무슨 이별이 있으리.

     이별의 눈물은 물거품의 꽃이요 도금한 금방울이다.


     칼로 벤 이별의 키스가 어디  있느냐.

     생명의 꽃으로 빚은 이별의 두견주가 어디에 있느냐

     이멸의 눈물은 저주의 마니주요 거짓의 수정이다.


     사랑의 이별은 이별의 반면에 반드시 이별하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있는 것이다.

     혹은 직접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간접의 사랑이라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별하는 애인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는 것이다.

     만일 애인을 자기의 생명보다 더 사랑 한다면 무궁을 회전하는 시간의 수레바퀴에 이끼가 끼도록 사랑의 이별은 없는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참'보다도 참인 임의 사랑엔 죽음보다도 이별이 훨씬 위대하다.

     죽음이 한 방울의 찬 이슬이라면 이별은 일천 줄기의 꽃비다.

     죽음이 밝은 별이라면 이별은 거룩한 태양이다.


     생명보다 더 사랑하는 애인을 사랑하기 위하여는 죽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잔정한 사랑을 위하여 괴롭게 사는 것이 죽음보다도 더 큰 희생이다.

     이별은 사랑을 위하여  죽지  못하는 가장 큰 고통이요 보은이다.


     애인은 이별보다. 애인의 죽음을 더 슬퍼하는 까닭이다.

     사랑은 붉은 촛불이나 푸른 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먼 마음을 서로 비치는 무형에도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애인을 죽음에서 잊지 못하고 이별에서 생각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애인을 죽음에서 웃지 못히고 이별에서 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인을 위하여는 이별의 원한을 이별의 원한을 죽음에 유쾌로 갚지 못하고 고통으로 참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차마 죽지 못하고 차마 이별하는 사랑보다 더 큰 시랑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곳이 없다.

     진정한 사랑은 애인의 포옹만 사랑할 뿐 아니라 애인의 이별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때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간단이 없어서 이별은 애인의 육 뿐이요 사랑은 무궁이다.


     아아, 진정한 애인을 사랑함에는 죽음은 칼을 주는 것이요. 이별은 꽃을 주는 것이다.

     아아, 이별의 눈물은 진이요 선이요 미다.

     아아, 이별의 눈물은 석가요 모세요 잔다르크다.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1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  태산같은 높은 뫼 집채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얼썩 처얼썩 척 쿠르릉 꽉./


                                     2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

내 앞에 와서는꼼짝 못하고 / 아무리 큰 물결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

처얼썩 처얼썩 척 쿠르릉 꽉./


                                     3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이 있건 오너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4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조그만 산(山)모를 의지하거나 /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벽만한 땅을 가지고 /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5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로다./ 크고 깊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


                                     6

   처얼썩 처얼썩 척 쏴아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 /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

처얼썩 처얼썩 척 튜르릉 꽉./